
인사말
「많이 보여 드리는 것」과 「제대로 보시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여행사가 가장 쉽게 저지르는 잘못은 일정을 꽉 채우는 것입니다.
저는 2004년에 45인승 버스 한 대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해는 하루에 여섯 곳을 도는 일정을 짰습니다. 많이 보여 드려야 값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나면 고객들이 기억하는 곳은 한두 군데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버스에서 내렸다가 탄 곳」이었습니다.
그 뒤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하루 관람지를 세 곳 이하로 줄이고, 한 곳에 90분 이상 머물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정이 부실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예약률이 올라갔습니다. 사람은 많이 본 여행이 아니라 편하게 본 여행을 다시 갑니다.
두 번째로 바꾼 것은 글입니다. 상품 설명을 길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집합 장소를 「서울역 앞」이 아니라 「서울역 3층 대합실 12번 기둥 앞」이라고 적고, 「가벼운 산책」이 아니라 「총 8km · 표고차 50m · 3시간」이라고 적습니다. 안 되는 것도 적습니다. 흐린 날 일출이 안 보이는 것은 환급 사유가 아니라고 예약 전에 씁니다. 이렇게 쓰면 예약이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다투는 일이 없어집니다.
세 번째는 부모님 상품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갔다가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400m를 걷게 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지만 그날 저녁 다리가 부으셨습니다. 그 뒤로 효도여행 상품에는 하차 지점에서 입구까지 100m라는 기준을 넣었습니다. 그 기준을 못 맞추는 곳은 좋은 곳이라도 뺍니다. 화면 글자를 키우고 명암 차이를 높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국내여행은 「해외 가기 전에 잠깐 다녀오는 곳」이 아닙니다. 배 시각을 읽어야 하고, 물때를 봐야 하고, 산의 통제 시각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제대로 하려면 그것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케이로드가 해외 상품을 만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케이로드투어㈜ 대표이사 강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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