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함은 감정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무한리필 매장에 들어선 손님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눈치를 봐야 하는가」입니다. 리필 그릇이 작거나, 셀프바가 계산대 바로 옆에 있거나, 직원이 리필 횟수를 세는 듯한 인상을 주면 손님은 두 번째 리필을 포기합니다. 그 순간 손님은 「덜 먹고 나온 가게」로 기억하고 다시 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리필 동선을 넓게 열어 두면 손님은 실제로 먹는 양보다 훨씬 만족합니다. 떡한판이 셀프바를 홀 중앙이 아니라 창가 쪽 벽면에 붙이고, 리필 그릇을 일부러 작게 만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넉넉함은 인심이 아니라 배치와 도구의 문제입니다.
동시에 그 넉넉함이 원가로 돌아오지 않게 하려면 계산이 필요합니다. 떡한판은 1인당 실제 섭취량을 매장별로 측정합니다. 측정해 보면 대부분의 매장에서 1인 평균 떡 섭취량은 첫 제공량의 1.6~2.1배 사이에 머뭅니다. 두려워하던 것보다 훨씬 좁은 범위입니다. 이 범위를 알고 나면 리필을 열어 두는 일이 도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비용이 됩니다.
세 가지 판단 기준
메뉴를 넣을지 뺄지, 설비를 살지 말지 고민될 때 떡한판은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합니다.
손님이 눈치를 보게 되는가
리필 동선을 좁히거나 제공 도구를 작게 만드는 방식의 원가 절감은 채택하지 않습니다. 만족도를 깎아 얻은 절감은 재방문율로 되돌아옵니다.
그램 단위로 잴 수 있는가
원가를 숫자로 특정할 수 없는 품목은 리필 대상에 넣지 않습니다. 순대와 김밥이 단품으로만 팔리는 이유입니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가
조리 공정이 늘어나 주방 인력이 한 명 더 필요해지는 메뉴는 도입하지 않습니다. 인건비는 원가보다 회복이 어렵습니다.
가짓수를 줄여야 양을 늘릴 수 있습니다
분식은 메뉴가 늘어나기 쉬운 업종입니다. 떡볶이 옆에 라볶이가 생기고, 라볶이 옆에 쫄볶이가 생기고, 어느새 벽면 메뉴판이 40줄을 넘어갑니다. 가짓수가 늘면 손님은 선택을 어려워하고, 주방은 재료 종류를 감당하지 못하며, 재고 폐기가 늘어납니다.
떡한판은 반대로 갑니다. 떡볶이 소스는 여섯, 튀김은 네 종, 어묵은 한 가지 육수, 밥과 면은 각각 두 가지. 이 골격을 8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메뉴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 여섯 가지 소스 안에서 조합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예를 들어 로제 소스에 커리 가루를 더한 계절 한정 메뉴는 새 재료를 한 가지도 늘리지 않습니다.
가짓수를 줄인 대가로 얻은 것이 리필입니다. 재료 종류가 적으면 발주가 단순해지고, 발주가 단순해지면 대량 구매가 가능해지고, 대량 구매가 가능해지면 단위 원가가 내려갑니다. 내려간 원가만큼을 손님에게 양으로 돌려주는 것이 떡한판의 순환 구조입니다.
하지 않기로 한 것들
브랜드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가 성격을 더 정확히 보여 줍니다.
| 하지 않는 것 | 이유 |
|---|---|
| 리필 시간 제한 안내판을 크게 붙이는 것 | 시간 제한은 필요하지만 안내 방식이 위압적이면 재방문이 끊깁니다. 테이블 카드에 작게 안내합니다. |
| 잔반 부담금을 매출로 잡는 것 | 잔반 정책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장치이지 수익원이 아닙니다. 회수한 금액은 전액 매장 운영비로 처리하도록 안내합니다. |
| 냉동 완제품 튀김을 그대로 내는 것 | 튀김은 매장에서 직접 튀깁니다. 반죽과 재료는 본사 공급, 튀기는 것은 매장의 몫입니다. |
| 경쟁 브랜드와 비교하는 광고 | 비교 표현은 분쟁의 소지가 크고, 브랜드가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 예상 수익을 앞세운 창업 상담 | 수익은 상권과 운영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담에서는 비용 구조와 손익 계산 방법만 설명합니다. |
학생 상권에서 배운 것
떡한판의 1호점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골목에 있었습니다. 이 상권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학생은 가격에 민감한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5,000원을 내면 얼마나 먹을 수 있는지 문 앞에서 알 수 있어야 들어옵니다.
그래서 떡한판의 가격 체계는 인당 정액제 하나입니다. 리필 추가 요금이 없고, 소스 변경 요금이 없고, 국물 추가 요금이 없습니다. 계산이 복잡해지는 만큼 손님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옆 가게로 갑니다.
또 하나 배운 것은 시간대의 편중입니다. 학생 상권은 하루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하교 시간 두 시간에 몰립니다. 이 구조를 인정하고 그 시간대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편이, 하루 종일 인력을 균등하게 두는 것보다 인건비 효율이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