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0일의 순서

강판 한 장이 배가 되기까지 1,200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부터 배가 떠나는 날까지 대략 1,200일이 걸립니다. 그중 강재를 자르고 붙이는 기간은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설계와 의장, 그리고 시운전입니다.
가장 긴 구간은 설계입니다. 기본설계가 끝나면 상세설계가 시작되고, 그다음이 생산설계입니다. 생산설계는 “이 부재를 몇 번째로 붙일 것인가”까지 정하는 작업으로, 여기서 나온 도면이 그대로 절단 장비로 들어갑니다.
현장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배는 도크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사무실에서 만든다.” 절반은 농담이지만 절반은 사실입니다.
손에 남은 기술

불꽃 뒤에 남는 것
용접은 조선소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이면서 가장 늦게까지 사람 손에 남아 있는 기술입니다.
자동 용접기는 직선 구간에서 사람보다 정확합니다. 그러나 블록 안쪽 좁은 구획, 곡률이 심한 선수부, 배관이 얽힌 기관실은 여전히 사람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곳이 대개 응력이 집중되는 자리입니다.
30년 경력의 용접사는 소리로 압니다. 아크가 안정적으로 붙는 소리와 불안정한 소리가 다르고, 그 차이를 계측기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이 감각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가가 오션텍 기술교육원의 오랜 과제입니다.
바다로 나가는 날

시운전, 마지막 사흘
해상 시운전은 배가 처음으로 자기 힘으로 바다에 나가는 날입니다. 선주 감독관과 선급 검사관, 그리고 설계·생산·품질 담당자가 함께 승선합니다.
시험 항목은 정해져 있습니다. 속력 시험, 선회 시험, 후진 정지 시험, 조타 응답, 진동과 소음 계측, 앵커 투하와 인양. 각 항목마다 기준값이 있고, 그 자리에서 통과 여부가 판정됩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속력 시험입니다. 수조에서 예측한 값과 실제 값이 얼마나 맞는지가 이때 드러납니다. 예측이 맞으면 다음 호선의 설계가 편해지고, 어긋나면 그 이유를 찾는 일이 몇 달간 이어집니다.
야드의 하루

야드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합니다
울산 야드의 정문은 새벽 6시 30분에 가장 붐빕니다. 통근버스가 지역별로 들어오고, 협력사 차량이 줄을 섭니다.
작업 시작 전 30분은 안전 조회와 작업 지시에 씁니다. 오늘 어느 구역에서 크레인이 움직이는지, 어떤 밀폐 공간 작업이 예정되어 있는지, 기상 예보는 어떤지를 공유합니다. 이 30분을 생략하면 사고가 납니다.
오후에는 도크 쪽이 조용해집니다. 대형 블록 이송은 주로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는 의장과 검사 작업이 이어집니다. 해가 지면 옥외 고소 작업은 원칙적으로 중단됩니다.
선종과 요구 사양을 알려주십시오
기본설계 담당 엔지니어가 영업일 기준 3일 이내에 개략 제원과 건조 일정 검토안으로 회신드립니다.